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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3호] 프랑스 음악 산업, 한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꼬레 아페르 113호] 프랑스 음악 산업, 한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한국은 프랑스 음악 산업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시장 조사를 목적으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 및 경제과, 비즈니스 프랑스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수출팀과 한불상공회의소의 파트너십으로 주최된 ICC 이머전 프로그램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많은 프랑스 전문가들과 기업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꼬레 아페르는 이들 중 네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받은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00년대 들어 음악이 별 볼 일 없어졌다는 생각이 등장했죠.” 진회색 셔츠 차림에 ‘ICC 이머전’이 새겨진 보라색 명찰을 목에 건 자비에 콜랑(Xavier Collin)은 음 반 출판 및 저작권 관리 회사 WTPL 뮤직의 CEO다. 그는 21세기 초에 세계 음악 시장이 겪었던 암흑기에 대해 주저 없이 이야기했다. LP와 CD의 황금기가 끝이 난 것이 다. 소비자는 불법 음원을 찾아다니며 불법 복제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 그로 인해 뮤지션, 기획사, 음반사의 수입은 점차 줄어 들었다.

생계수단인 음악의 가치가 한순간 절하 면서 길을 잃은 음반시장 관계자들은 자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서둘러 강구해야 했다. WTPL 뮤직은 그 일환으로 뮤지션들의 해외 판권을 구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콜랑 대표는 “우리는 전통적인 프랑스 음악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 콘텐츠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홍보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카탈로그 에 있는 음악이 각국에서 사용될 때마다 WTPL 뮤직에서 알 수 있도록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 협력사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침체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던 또 다른 이들에게 돌파구가 되어준 것은 새로운 플랫폼 의 등장이다. 2001년에 출시된 미디어 관리 소프트웨어 ‘아이튠즈(iTunes)’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2006년, ‘디저(Deezer)’ 가 2007년에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많은 관계자가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스타트업 기업 ‘피아니티 (Pianity)’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케빈 프리미세리오(Kevin Primicerio)는 “스트리밍으로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99%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얻는 수익이 연간 1000유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2021년 4월, 응용수학 박사인 케빈 프리미세리오가 피아니티를 출시하게 된 것도 최근의 불완전한 분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음악 NFT 제작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이 신생 기업은 대형 팬덤과 과거 LP와 CD를 모으던 수집가들의 소비심리에 기대어 평가절하된 음악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아니티를 통해 음악이 한정판으로 출시되고 아티스트들은 이 한정판 음악을 팬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고 프리미세 리오 대표는 설명한다.

또한 그는 “음악 NFT는 음반으로의 회귀와 같다. 음악 NFT는 디지털, 증강현실 기반의 음반으로 독점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구매자는 좋아하는 뮤지션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특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피아니티는 프랑스에서 해당 분야의 선구자이며, 프랑스 작사작곡편곡자협회(SACEM)의 이목을 끌어 2022년 11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직 한국에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어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CC 이머전 행사를 통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러 온 프리미세리오 대표는 여전히 CD를 많이 구매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한국인들의 음악 소비 방식과 시장 규모를 볼 때 한국이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고 말했다.

수용력있는 소비자를 찾아 나선 프랑스 기업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 이른바 엘도라도일까?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따를 만한 좋은 모델이 된다. 한류 전문가인 DFSB 콜렉티브의 버니 조(Bernie Cho) 대표는 “한국은 국토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음에도([편집 자주] 프랑스 영토의 5분의 1이다.) 막강한 음악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엔이 최빈국으로 분류하던 국가였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음악 산업은 연간 성장률이 36.9%에 달하며 1억 5천만 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 소프트파워 초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이 음악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특히 음악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다.

몰입형 문화콘텐츠 플랫폼인 VR튜오즈(VRTUOZ)의 창립자 질다스 뒤쏘즈(Gildas Dussauze)와 마리옹 데레마쥐르(Marion Delemazure) 최고운영책임자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음악 시장의 향후 트렌드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다. 뒤쏘즈 대표와 데레마쥐르 최고운영책임자는 “한국은 문화 요충지”라며 “한국은 막대한 양의 문화콘텐츠를 쏟아낼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크게 앞서 있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티, 신기술 융합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전 세계 1,570만 명 의 팬을 결집시킨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의 메타버스 콘서트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번 콘서트의 성공을 지켜본 두 사람은 아티스트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새로운 채널을 통해 제공하면 대중 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례는 독창적인 어쿠스틱 음악과 놀라운 영상이 어우러지는 VR공간 제작을 목표로 하는 VR튜오즈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음악업계 전문가들에게 한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데에 WTPL 뮤직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으며 그 이유로 한국 음악 업계의 '애자일(agile)' 문화를 꼽았다. “프랑스에서는 싱어송라이터를 추앙하는 데 그친다. 반면 한국에서는 협업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콜랑 대표가 말했다. 그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할 히트곡을 제작하기 위해 각 단계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룹 ‘다프트 펑크(Daft Punk)’로 대표되는 일렉트로닉 장르인 ‘프렌치 터치’, 혹은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프렌치 어반’이 케이팝과 협업을 한다면 어떨까? 콜랑 대표는 “한국 음악 산업 의 미래는 협업에 있고 물론 프랑스 아티스트와도 가능하다”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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