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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3호] 특집 인터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현 GGGI 총회 및 이사회 의장

[꼬레아페르 113] 특집 인터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현 GGGI 총회 및 이사회 의장

꼬레아페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현 글로벌 녹색 성장 연구소(GGGI) 총회 및 이사회 의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제7대 외교통상부 장관과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의장은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으며, 한불상공회의소와 기후 외교의 역할과 발전에 대해 그의 견해를 나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임기 초반부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 제고를 주요 쟁점으로 삼으셨습니다. 특히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기후 위기 문제 대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하신 바 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지금까지 이 분야에 헌신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엔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의거해 기후변화에 관한 전 지구적 협의를 이끄는 주체입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988년 유엔과 그 산하기관인 유엔환경계획(UNEP) 및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 목적은 각 회원 국 정부에게 정기적으로 기후 변화 관련 과학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모든 회원국을 상대로 UNFCCC 와 IPCC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기후 위기 문제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저의 임무였습니다.

저는 회고록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에서 2007년 1월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 당시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주변 의 충고를 들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제가 사무총장 취임 초부터 곤란을 겪을까 우려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미국과 기후 위기 문제를 논하는 일이 어렵고 심지어는 난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를 통해 집요하게 접근한 끝에 상황은 점차 긍정적으 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적적으로 입장 변화를 표명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백악관에서 열린 오찬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미 협상 대표에게 ‘반 총장의 뜻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적극적 협력 의사가 기후 변화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런 지침을 내렸던 부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한 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전쟁과 비견될 정도로 인류에 실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제한된 기후 위기 골든타임과 IPCC 보고서의 경고를 고려했을 때 공공 및 민간 부문이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이 우리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이보다 더 큰 위협입니다. 전쟁은 수백만 명의 삶을 파괴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수십억 명은 아니더라도 최소 수억 명의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점점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 빈도도 잦아질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는 과학자들이 회원 국정부에게 보내는 더욱 강력해진 마지막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당장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공공 부문에서 이루어지며 R&D 투자 비중은 민간 부문이 가장 높습니다. 기온이 1.5°C 이 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과 시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 가격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석탄 및 기타 화석 연료의 사용이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기술 비용이 최근 몇 년 사이 하락함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서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탈화석연료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재생에너지를 소비할 때 오로지 윤리적 이유로 소신껏 선택했다면 이제는 경제적 이유로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의 경제적·심리적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결정을 통해서든 가계의 소비 결정을 통해서든 머지않아 더욱 많은 사람이 대체 에너지원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 대응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습니다. 의장님의 경력에 비추어서 기후 위기 문제 인식과 취급 방식이 다자간 논의 및 대중 담론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 4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만 다뤄지는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장기간 협의에도 불구 하고 실질적 발전은 미미했던 주제였습니다. 재생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저장 기술 비용이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마침내 친환경 에너지 및 전기차 도입이 가속화된 것입니다. 한편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록적인 폭염, 산불,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대중이 이러한 피해를 계기로 더 이상 기후 변화를 먼 곳에 있는 가상의 문제가 아닌 오늘날 우리 모두를 위협 하는 위기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대중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각국 정부는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기업은 더욱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이며 ESG 정책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기후 행동’ 혹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고도 불리는 ‘2019년 학생 기후 결석 시위’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각국의 정상들에게 빠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이었습니다. 이는 대중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시위는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150개국 이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참여는 저에게 미래 세대가 기후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 이라는 희망을 줍니다.

 

파리협정 비준 이후 1년도 안 되어 발효시킨 공로로 미국 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2016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리셨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어떤 역할을 하셨고 합의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회원국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제21차 당사국총회를 개최 한 프랑스 및 핵심 주체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저 자신까지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망신스럽고 혼란 그 자체였던 제15차 코펜하겐 당사국총회 이후, 제21차 당사국총회는 제 임기 내 가장 특별하고 값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파리 협정 조항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특히 단 하나의 걸림돌이었던 니카라과로 인하여 전체 프로젝트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긴장 속에서 마지막 의견 교환과 브레인 스토밍을 한 결과, 다니엘 오르테 니카라과 대통령이 연락을 주셨습니 다. 그 해가 가기 전에 니카라과를 한 번 더 방문한다면 합의하겠다는 것입니다. 제 오랜 경력에 있어 지키지 못한 유일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몇 달 안에 니카라과 대통령을 만나러 갈 예정입니다.

 

2023년은 지구 온도 상승을 2°C 이내로 유지하는 동시에 1.5°C로 제한 하는 등 파리 협약에 따라 약속한 목표에 대한 서명국의 이행 실적을 점검하는 해입니다. 비구속적인 협정의 성격과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실적을 예상하시나요?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수립된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GGGI 총회 및 이사회 의장, 세계적응센터(GCA) 공동 의장, 혹은 UN 전 사무총장으로서 이 사실을 공식 석상 및 연설 등 제가 참여하는 모든 곳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글로벌 리더들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도국의 기후 변화 적응을 돕고 지구 온도가 더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0년에 선진국 측에서 천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비록 현재로서는 충분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수년 전부터 확대된 넷제로(Net Zero) 달성 약속이 NDC를 더욱 상향시키고 이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대한 목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는 우리의 지구 혹은 제가 바라는 것보다 더 느리게 깨닫고 있으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어느 속담에서 말하듯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너무 늦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기후 외교'의 역할과 한계는 무엇일까요?

어떤 집단도, 어떤 국가도 단독적으로는 해결이 힘든 상황에서 기후 외교는 이 위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끌어내는 데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함께 행동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기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이 완벽한 만장일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어느 국가라도, 심지어 약소국까지도 결정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연기가 가능한 토론의 장이 이곳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저는 충격이 컸습니다. 이로 인해 기후 외교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되며 지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안타깝게도 일부 핵심 요소의 진전 속도는 매우 더딥니다.

 

현재 개도국 및 신흥국의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전념하는 정부 간 기구 GGGI의 수장을 맡고 계십니다. GGGI의 임무와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GGGI는 회원국이 빠르게 녹색 성장 발전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이는 실제로 회원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야심찬 NDC를 수립하고 달성하도록 선도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제26차 당사국총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우리는 20개 이상의 국가가 보다 진전된 NDC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개발청(AFD)을 통한 프랑스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에티오 피아와 부르키나파소가 작년 UNFCCC에 제출한 2050년 장기 전략 (SLT)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운 바 있습니다. 현재는 프랑스와 협력하여 바누아투의 SLT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시적 전략 외에도 우리는 회원국이 친환경 건축 표준을 구축하고 재생 에너지 및 파리 협정 제6조에 의거한 탄소 시장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녹색 성장 정책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정책이 수립되면 각국 정부가 정책 실행을 위한 프로젝트와 전략을 구상하도록 지원하고, 녹색 및 기후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돕습니다.

현재까지 GGGI는 회원국을 위해 8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일부는 녹색기후기금(GCF)과 양허성 자금을 통해 조달되었으나 대부분은 민간 기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개도국은 어떻게 녹색 성장의 초석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개도국은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1인당 소득과 탄소 배출량이 적으므로 자국 발전 및 경제 성장을 도모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중요한 논거입니다. 그러나 모든 국가, 특히 중국 및 인도와 같은 거대 개도국이 넷제로의 전환에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는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실현 가능한 유일한 선택은 개도국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포용적인 저탄소 경제 개발인 녹색 성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한국에 그린뉴딜 정책을 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 정책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있고 한국이 이 정책으로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 예산에서 한국과 유럽연합만이 ‘친환경’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2030년까지 NDC 40% 달성,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융지원 중단을 위한 약속까지 더해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등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기후 리더로 거듭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더불어 윤 대통령께서 제가 전임 대통령들에게 특히 강조했던 ODA 규모를 마침내 두 배로 확대하고 공적개발원조에서 녹색 ODA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다짐과 약속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다른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와 한국 간의 협력이 지구 온난화에 맞서고자 하는 세계적 대의를 이행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예를 들어 유럽연합,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가와 녹색 파트너 십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선호하는 분야에서 경험과 기술을 교류하고 양측의 이행 목표를 강화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유럽연합 및 세계를 선도하는 프랑스는 이러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고 기후 행동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는 GGGI의 리소스 파트너이고 아프리카에서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실현함에 이어 정회원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 습니다. 프랑스가 중요한 국가인 만큼 이러한 의지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Useful links

[꼬레 아페르 113호] 최근 시행된 한국의 '친기업' 세법 개정 [꼬레 아페르 113호] 프랑스와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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