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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3호] 한국과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웹툰

[꼬레아페르 113호] 한국과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웹툰

크게 인쇄 만화와 디지털 만화로 나뉘는 글로벌 만화 산업은 2000년대 초 핸드폰 사용과 인터넷 보급의 대중화로 모바일 열람에 최적화 된 한국의 웹툰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장의 판도를 맞이하였다.

오래전부터 각자의 독자적인 만화 산업을 키워온 유럽 국가들 가운데 프랑스는 60년대부터 만화를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공연, 영화, 미디어아트와 더불어 제9의 예술로 인정하며 유럽 내 가장 큰 만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독립 출판사 알방 미셸의 에디터 클레망스 들루즈에 의하면 프랑스-벨기에 만화(BD)의 오랜 전통을 이어온 프랑스 도서 시장은 여전히 종이로 된 출판 서적의 비율이 90%에 달한다. 이는 웹툰, 웹소설, E-Book의 디지털 출판물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시장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프랑스 시장에서조차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만화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하는 산업의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2019년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사 TF1이 프랑스 웹툰 플랫폼 델리툰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 2021년 1월에는 프랑스 만화 출판 시장 점유율 2위의 출판 기업 델쿠르가 자체 웹툰 플랫폼 베리툰을 런칭하는 등 디지털 유통경로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프랑스 정부는 <ICC 이머전: 한국> 프로그램을 통해 십여 개의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문화 창조산업 중 하나로 웹툰을 선정하여 프랑스의 기업 관계자가 국내 관계자와 만나 현지 웹툰 산업의 동태를 살피고 글로벌 전략을 다루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여 한국 및 프랑코폰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19년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5.9% 성장하며 33억 달러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는 웹툰이 글로벌 시장 내 성장 및 전략 초기 단계가 어느 정도 확립된 2010년대 후반 도입되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은 이미 국내 시장의 포화로 인해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갈 높은 잠재력을 가진 세계 시장을 물색하기 위한 글로벌 앱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국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국내외 할 것 없이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공격 적인 투자 및 M&A 행보를 보이는 카카오네이버 두 거대 플랫폼 기업을 위시하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웹툰 산업 매출액은 1조 538억 원이었던 2020년 대비 48.6% 증가한 약 1조 566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웹툰 산업 실태조사가 처음 실시된 2017년(3799억) 이래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국내 웹툰 산업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CC 이머전 프로그램 라운드테이블 패널로 참석한 프랑스의 독립출판사 알방 미셸의 관계자 클레망스 들루즈는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논의에 프랑스 시장 내에서도 웹툰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에 다수의 현지 출판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프랑스 내 공격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세계 5위 만화 시장으로서 프랑스가 가진 잠재력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조사 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시장 내 만화책은 9억 2100만 유로의 매출을 보이며 8천5백만 권 판매를 달성하였다. 이는 2022년 전체 판매된 서적 네 권 중 한 권은 만화책이었음을 의미한다. 10년 만에 시장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성장한 만화책 분야는 출판 시장 내 약 25%를 점유하며 일반 문학 다음의 2위를 달성하는 역사적인 해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의 역동적인 성장성과 글로벌한 관심이 대두 되는 상황에도 동일 산업을 바라보는 양국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견을 보였다. 첫 번째로 모든 게 E-Book 형태로 자리 잡은 한국의 시장 상황과는 반대로 인쇄본 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서 한국의 웹툰은 새로운 형태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웹툰을 거꾸로 종이책 형태로 인쇄하며 현지 서점에 입점한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망스는 프랑스에서 2021년 4월 서적으로 발간된 웹툰의 사례를 언급하며 “<나 혼자만 레벨업>단행본 만으로 약 백만 부수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웹툰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많은 프랑스 출판사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여신 강림', '지옥' 등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 종이책으로 발간되고 있다. 출판 서적의 디지털화가 글로벌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역으로 디지털 만화의 단행본을 출간하는 방식은 디지털 출판물 시장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의 프랑스 인쇄 서적 시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더불어 백만 부 판매라는 이 엄청난 수치는 웹툰 장르가 디지털 포맷으로 먼저 존재하며 형성한 독자층을 우선 확보한 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한국과 프랑스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클레망스는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난 한국 웹툰 제작 스튜디오 케나즈의 이우재 대표가 소개한 한국의 제작 방식에 놀라움을 전했다. “한국은 스튜디오 내 총괄 책임자 아래 한 팀을 이뤄 마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미니시리즈 제작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데 반해 프랑스는 일반적으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보통 1년에서 길면 3년간의 제작 과정이 소요된다”.

더 나아가 한국은 성공한 웹툰 작품의 단행본 출간보다 TV 드라마나 영화로의 영상화 작업이 더욱 쉽게 이뤄지고 있다. ‘미생’,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영화가 연일 흥행을 거두며 원작에 대한 인기로 이어지자 제작사들은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콘텐츠 전환을 위한 OSMU(One Source Multi-Use)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작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웹툰의 IP 활용 사업 가능성을 논의한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공중파 또는 넷플릭스 등에 방영된 작품만 20편이 넘었다.

접근법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웹툰 시장의 전반적인 리듬은 대체로 주에 한 편이 공개되는 시스템으로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증가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프랑스에도 한국의 제작 시스템이나 교육 과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성공한 작품을 웹툰의 형식으로 각색하거나 기존 웹툰의 단행본을 출간하는 경우 모두 초기 일정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실한 이점을 보이며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웹툰은 제작사의 입장에서 확실히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다. 지난 2월 베어링포인트에서 발간한 ICC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웹툰 산업의 미래 시장은 2030년까지 3000~4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이러한 천문학적인 성장세를 어떻게 이어갈지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행보 및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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