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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2호] 노동자, ESG 경영을 선도하다

노동자, ESG 경영을 선도하다

기업의 고위 임원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동조합 및 경제사회위원회(CSE)에 참여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세 명의 리더를 만나보았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방식을 변화 시키는 사회 운동의 저력은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해 확인되었고 역사학자들 또한 이를 강조해왔다. 19세기부터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을 주도하며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1 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총파업의 영향으로 1936년 ‘인민전선(Front Populaire)’ 이 출범했고 노동계에 값진 진보를 이뤄냈다. 그로부터 32년 후 1968년 5월에 일어난 68혁명의 결과로 ‘그르넬 협약(Accords de Grenelle)’이 체결되었다. 얼마 후 한국에서도 대규모 사회 운동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987년 발생한 노동자 대투쟁이 대표적 예이다.

 

최근 사회 운동은 단순한 사회적 요구뿐만 아니라 ESG 기준 전체를 다루면서 그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그 중 환경(E)이 선두에 있다. 2017년 파니코스 게오르갈리스(Panikos Georgallis) 박사는 논문에서 사회 운동은 “기업이 CSR 정책을 도입하도록 이끈다”2 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첫 녹색노동조합 ‘쁘랭땅 에꼴로지끄(Printemps écologique)’의 공동 설립자 안 르꼬르(Anne Le Corre) 또한 이에 동조했다. 르꼬르는 2020년 사회 및 환경 문제를 아우르며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그는 “노동자는 기업 내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 따라서 이들은 쁘랭땅 에꼴로지끄에 가입함으로써 노조의 주도 하에 기업의 환경(E)·사회(S) 분야 대의를 발전시키고 기업과 함께 그 진행 상황과 전략을 논의한다”라고 설명했다.

 

쁘랭땅 에꼴로지끄가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환경, 노동자 그리고 시민 친화적인 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 설립된 지 불과 몇 개월 후인 2021년 1월, 노조에 희비를 내는 가입자 수 는 250명을 넘어섰고 지지자 수는 4천여 명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노조는 농식품 가공업에서 금속 공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잠재적 지지 동력인 노동자 2,500만여 명을 포함하는 11개의 노조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 내 ESG 기준 도입을 위해 힘쓰는 노동자가 흔히 겪는 어려움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IT 서비스·보안 기업의 경제사회위원회(CSE) 대표 킬리안(Kilian)과 마티유 (Mathieu)는 “기업 내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노동자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심지어 진정한 사회적 대화에 열려 있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우리 기업에서조차 그 변화의 요구가 진정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과 경제사회위원회가 노사 간 교류를 장려하고 ESG 및 CSR 경영 이니셔티브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르꼬르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최대한 많은 조합원과 지지자를 동원하는 것이다. 향후 노동자 대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늘어나는 지지자 수만큼 더 많은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통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통용되고 있다. 르 꼬르는 “물론 미디어와 SNS, 그 외 기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입소문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킬리안도 “대체로 ‘노조’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러나 노조에 대해 잘 알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인식이 개선된다면 더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과 지지자는 쁘랭땅 에꼴로지끄 및 타 노동조합이 제공하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예컨대 결과가 검증된 액션플랜, 환경 활동(친환경 게임 애플리케이션 《Ma Petite Planète》), 기업 내 여가 활동(성차별 반대 벽화그리기 워크숍 《Fresque du Sexisme》, 원예 활동) 등이 있다.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르꼬르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때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핵심 주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새롭게 선출될 노동자 대표는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이 ESG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고 기업 환경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르꼬르는 “노사 간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때 경제는 물론 환경에서도 기업의 역량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경영진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2020년 프랑스 노동부 산하 조사연구통계지원국(DARES)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정부 주도 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3 마티유는 “우리는 경영진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ESG 활동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알리기 위해 사내 경제사회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우리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산출했다. 이제는 입찰 공고 시 고객과 주주도 이를 중요하게 여겨 이 통계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ESG 기준은 지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이로운 활동이라는 점을 경영진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노동조합, 경제사회위원회, 노동자 공동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더욱더 많은 기업이 ESG 와 CSR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르꼬르, 킬리안, 마티유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킬리안과 마티유는 “비록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경영진은 기업의 ESG 노력이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르꼬르는 “현재 쁘랭땅 에꼴로지끄에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한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직원, 심지어 관리자까지 가입되어 있다”고 전했다.

 


[1] 기 그루(Guy Groux), 장 마리 페르노(Jean-Marie Pernot), 『La Grève(파업)』, 2008.

[2] 파니코스 게오르갈리스(Panikos Georgallis), 「The Link Between Social Movements and Corporate Social Initiatives: Toward a Multi-level Theory (사회 운동과 기업 소셜 이니셔티브의 상관관계: 다수준 이론을 중심으로)」, 2017.

[3] 연구에 따르면 ‘매우 적극적인’ 사회적 대화를 한 기업은 생산성이 2.7% 오른 반면 ‘갈등은 없지만 형식적인’ 사회적 대화를 한 기업은 1.8% 오르는 데 그쳤다. 참조: 아기부 탈 (Aguibou Tall), 「Dialogue Social et Performance: une étude sur données d’entreprises françaises(사회적 대화와 기업의 성과: 프랑스 기업 데이터에 관한 연구)」, 프랑 스 조사연구통계지원국(DARES), 2020년 9월

Useful links

[꼬레 아페르 112호] 특집 인터뷰: 프랑수아 올랑드 [꼬레 아페르 112호] 한국 내 프랑스 기업 속 ESG (파트 1) [꼬레 아페르 112호] 한국 내 프랑스 기업 속 ESG (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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