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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1호] 메타버스, 한국의 기술 지평을 넓히다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무렵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현실 의 도피처를 찾아 가상 세계로 들어갔다. 부산 출신 대학생 렌지 (Lenge, 24세 여성)는 이렇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아바타에 어울리는 옷을 찾기는 어려웠다. 취미로 모델 활동을 하던 그는 그렇게 전자 펜을 들게 되 었다. 한순간에 메타버스 의상 디자이너가 돼 원피스를 고안해 냈 다. 현대인들이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 즐기는 인터넷 만화 웹툰 속 인 물들의 의상에서 착상한 디자인이었다. “렌지 스스로도 이게 직업 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동료 매로우(Marrow) 는 전한다. 그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렌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성공이다. 걸그룹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구찌부터 랄프로렌까지 유명 의류 브랜드를 만나 볼 수 있는 제페토에서 렌지 가 만든 옷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국 최고의 검색 엔진 네 이버가 구축해 이미 3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이 가상세 계에서 렌지는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페토 스 타’로 거듭났다. 가상 세계에서의 티끌이 현실세계에서 태산 같은 현 금으로 돌아온다. 50센트 남짓에 팔리는 아이템으로 렌지는 이미 매달 1만2천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그의 유튜브를 보 고 함께하게 된 40여 명의 디자이너들에게서 받는 수수료도 있다. 서울에 자리 잡은 렌지의 스타트업 CTO로 발탁된 매로우는 “현재 6명이서 일하고 있지만 곧 15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는 시작에 불과하다. “가상 세계는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죠. 우리는 다른 플랫폼에도 진출할 계획이며, NFT 시 장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가 밝힌 포부다. 디지털 불법 복제라는 또 다른 과제도 남아 있다.
2018년에 출시된 플랫폼 제페토에서 생성된 사진과 비디오는 40억 개 가 넘는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제페토는 미국, 중국, 일본 지사를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이 되었다. 게임·소셜 네트워 크·쇼핑몰이 융합된 제페토의 수익원 가운데 하나는 수수료다. 주로 13~24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온라인 상품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 매로우는 “어린 시절 백마 탄 왕자를 꿈꾸며 모래성을 쌓곤 했다면 오늘날은 제페토 안에서 공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충민 제페토 사업총괄은 “Z세대를 위한 가상 소 셜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제페토는 빅테크 기업 네 이버가 준비한 웹 3.0 시대의 선봉장이다. 네이버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구글에 맞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의 검색 엔진이기도 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의 네 번째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한국은 다시 한번 기술 혁명을 준비한다. 뛰어난 전략 국가 한국은 대기업 및 새롭 게 부상한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고 도약대에 오른다. 임혜숙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은 새로운 디지털 대륙을 향한 대모험을 떠나고 있다”고 열띤 목소리 로 말했다. 지난 2월 정부는 2026년 메타버스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권 진입을 위한 야심찬 전략을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를 뒤따라 가 상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융합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부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걸맞게 2022년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메 타버스 분야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판교에 위치한 메타버스 아카데미 에서 전문인력 4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머전 리서치는 한국 가상 현실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9배 증가하여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GDP 대비 ICT 산업의 비중 또한 현재 11.7%에서 16%로 증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산업이다 보니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 짓 기 힘든 만큼 신중히 살펴야 할 수치다. “메타버스 산업은 젊은 인재들 에게 새로운 취업로와 더불어 보다 더 매력적인 교육의 형태를 제공할 것”이라고 임 장관은 밝혔다. 서울시는 주요 관광지부터 시장 집무실까 지 다양한 공간을 가상현실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서비스 등 공공서비 스 디지털화를 공언한 바 있다.
임 장관은 “메타버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줄 것이다. 현실세 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활동이 가상세계로 옮겨가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경제가 탄생할 것이다. 아직 이러한 현상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에 편중되어 있지만 다른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라 보고 있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곳은 이천만여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 유리 빌딩의 21층으로, 그 너머로는 을지로의 공예 거리가 보인다. 젠트 리피케이션으로 작은 상가들이 내몰리고 고층 빌딩들이 세워지고 있 다. 이는 미래 도약을 위해 급변하는 한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 는 듯하다. 중국, 몽골 그리고 일본의 침략을 겪은 한국은 치열한 경쟁 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최신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다. 임 장관은 “언택트 시대가 코로나19로 인해 5G와 같은 인프라가 앞당겨 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전체 인구 약 5,200만 명 가운데 5G 가입자 수가 이미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융합기술을 위한 비옥한 토대를 갖 추고 있다.
이외에도 유교색이 세계에서 가장 짙은 한국에서 아바타가 주는 해방 감은 집단의 시선이 개인을 무겁게 짓누르는 순응주의적 사회 내 억압 을 해소한다. 한국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도 빠른, 1999년에 등장 해 소셜 네트워크계에서 일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플랫폼 내에서 이 용자들은 취향에 맞게 꾸민 아바타로 변신할 수 있었다. 즉 이전 세대 의 메타버스인 셈이다. 이에 이 사업총괄은 “제페토에서 여러분은 누구 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동시에 안전한 세계를 제공하는 일만 남았다. 네이버는 막대한 자본력과 최고 의 인재를 자랑하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라이벌 기업들에 맞서고 있다. “네이버는 구글, 애플 그리고 아마존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의 포부는 메타버스의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이라고 네이버 홍보팀의 한동근 씨는 설명했다. 시가총액 400억 달 러 규모의 네이버는 지금까지 높은 진입 장벽과 언어 장벽의 보호를 받 으며 국내에서 규모를 키워 왔다. 그러나 이제는 메타버스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안목을 지닌 기업가들을 앞세워 국제무대로 나아가고자 한 다. 제페토 사단은 미래 세계를 정복하기에 충분하다.
『르 피가로』 2021년 3월 7일자 기사로, 『꼬레아페르』 게재를 위한 편집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