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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 아페르 111호] 경쟁, 주권, 윤리: 메타버스가 던져주는 과제들

[Translate to Coréen:] [Corée Affaires 111] Concurrence, souveraineté, éthique : quand le métavers nous met au défi

메타버스와 관련된 경이롭고 때로는 어질어질한 커다란 디지털 변혁들은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먼저 메타버스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메타버스는 ‘세계’를 뜻하는 단어 ‘유니버스’에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라는 접두사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이렇듯 어원은 명확해 보이지만 의미에 있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아바타의 형태로 활동할 수 있는 3D 가상공간으로 메타버스를 정의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개념은 이후 영화와 게임 산업에서 수차례 차용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혹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그 예이다. 오늘날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방식은 어원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1]처럼 어떤 이들은 메타버스를 웹브라우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생각한다. 이용자들이 단순한 유희 목적을 넘어 업무, 교육, 상업으로 확장되는 몰입적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상호연결된 가상공간의 총체라는 의미에서다. 패션 메타버스 플랫폼 알타바그룹의 공동창업자 구준회 대표는 “명확한 경계는 없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분산형 네트워크에 기반한 상호운용적, 지속적, 가변적이고 토큰화된 경제라는 점에서 가상세계나 게임과 구별된다.”고 설명한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관련 기술의 모호한 정의는 사법제도, 더 나아가 공공정책에 쟁점을 던져준다. 예를 들어 NFT(대체불가토큰)의 경우, 아직까지도 한국이나 프랑스에 이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어떤 법률도 존재하지 않으며, 지적재산권법 측면에서의 지위를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NFT는 불투명성, 이동성, 기밀성 때문에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프랑스 디지털법 전문 변호사 안 쿠쟁은 “자연인들은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구매를 할 때 판매자에게 새로운 유형의 더 많은 개인정보들을 넘겨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만들 때 본인의 생체정보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과 마주해야 하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법(GDPR) 입장에서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월 유럽위원회가 EU국가에서 한국으로 개인정보 이전을 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 결정을 채택하였지만, 메타버스는 이렇게 자유로워진 정보 유통에 또다른 새로운 국면을 제시할 것이다. 보안 컨설팅 기업 랄프캐로스의 공동창업자이자 혁신∙사이버보안 전문가인 줄리앙 프로벤자노에 따르면 “한국은 신원미상자의 암호화폐 이용을 차단하고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통제하기 위해(ISMS 인증제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유럽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경우, 한국은 지역 강자를 탄생시키려는 목적으로 법률 제정에 시간을 들이고 있으며, 그 어느 국가보다도 가장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에 임할 것이다.”

 

디지털 주권과 경쟁은 디지털 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3D, VR, AR 등)의 기술력과 대규모 네트워크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복합성을 고려하면, 선두주자인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는데, 여태까지 행한 거래 중 최대 규모였다. 프랑스 경제지능포털(Portail de l'Intelligence Économique)의 분석가 마티아스 하우저는  “오늘날 GAFAM은 경제와 디지털 생활 서비스를 독점하며 이제는 거의 국가의 지위에 올랐다. 이 기업들이 쥐고 있는 경제 권력은 정치, 금융, 사회 분야로 이미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출현으로 이 분야들은 모두 상호연결되고, GAFAM은 우리의 삶 속 직장, 사회, 개인, 금융과 관련된 정보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가까운 미래에 다수의 국민들이 기존 경계의 개념에 반기를 들고 새 영토에 자리잡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인 가상세계 속 ‘이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쟁점이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논의들은 수많은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의문을 제기한다. 가상 아바타에도 기본권이 부여될까? 컴퓨터 시스템이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이용자의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까? 가상세계에서의 삶은 ‘진짜’ 삶일까? 메타버스 내에서 사회불평등이 재생산되지 않을까? 디지털 격차가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의 격차를 심화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메타버스의 원칙을 비판하는 이들의 근거로 뒷받침된다. 디지털 정체성이 현실을 크게 반영한다면 보안에 더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줄리앙 프로벤자노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인적, 상업적 교류가 늘어난다면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은 해킹, 사기, 정보 유출 및 허위정보 유포와 관련된 더 많은 위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높은 수준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핵심은 가상세계에서 행해지는 모든 상호작용과 거래의 안전을 보장할 능력과 정당성이 누구에게 있냐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의 4%가 디지털 기술과 관련이 있고, 이 수치는 2025년에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물론 운송비처럼 실제적으로 절약되는 요소들도 감안해야 하지만, 디지털 오염의 추상적인 면이 환경 운동을 어렵게 하는 만큼 자원 소비를 둘러싼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모든 부분을 디지털화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열망은 메타버스가 지금까지는 현실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 준다. 줄리앙 프로벤자노는 “현재 우리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2]의 정점에 있지만, 메타버스가 어떤 영역에 진정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예를 들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처럼 VR과 AR에서 근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의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메타버스는 영영 틈새시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을 규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미래에 기업과 정부, 입법자들은 건강, 사이버안보, 환경 부문 쟁점을 염두에 두고 원칙을 존중하며 ‘메타 관할권’ 제정을 통해 메타버스 내 자율성, 존엄성, 평등 보장과 인간 공동체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

 


[1] 2021년 10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여 메타버스를 기업 확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2] 컨설팅 기업 가트너가 개발한 하이프 사이클은 신기술의 시장 수용도 패턴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Useful l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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