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아페르 109호] 특집 인터뷰: 유대종, 주프랑스 한국대사 &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
인터뷰. 우지원, 오리안 르메르
한불 경제 매거진 « Corée Affaires »는 이번 109호에서 주프랑스 한국대사와 주한 프랑스대사와 만나 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정치·경제·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를 강화할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 올해 여름, 한국 정부는 ‘한국 뉴딜 정책’을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경제회복계획(France Relance Plan)’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경제회복계획’에 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대종 대사: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경제 위기에 디지털화, 기후변화 등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으로서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확산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저탄소․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 뉴딜’을 두 축(pillar)으로 하고,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안전망 강화’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입니다. 빅데이터,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그린&스마트 스쿨, 안전 SOC 디지털화, 친환경 산업단지, 친환경 리모델링,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에 향후 2025년까지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자하여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필립 르포르 대사: 프랑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경제회복계획’은 202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2030년 프랑스 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2년간 녹색 경제 전환, 기업 경쟁력 강 화, 사회 통합 · 국토 균형 발전에 총 1,000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녹색 경제 전환 분야에서는 탈탄소 사회와 그린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300억 유로가, 기업 경쟁력 강화 부문에는 감세 지원 및 전략적 기술 개발 장려에 340억 유로가 배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통합 · 국토 균형 발전 분야에서는 직업교육 및 보건체계 강화에 360억 유로의 자금이 투입될 것입니다.
▶ 양국의 경제적 비전은 상호 보완적이며 두 국가 모두 혁신, 녹색성장, 사회적 평등, 지역 균등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 프랑스 협업의 전망은 무엇입니까?
유대종 대사: 최근 양국이 발표한 경제정책은 맥을 같이합니다. 양국은 이러한 정책방향의 유사성을 통해 향후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양국 정부는 자율주행차, 나노전자, 디지털 헬스케어, e-러닝, 에너지, ICT융합 등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한국의 디지털 기업인 Naver가 프랑스에 진출해 인공지능‧로봇 연구를 진행하고 E-commerce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수소 자동차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는 프랑스 자동차 부품기업인 Faurecia와 트럭용 수소탱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그간 쌓아온 협력의 길을 더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주프랑스한국대사관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필립 르포르 대사: 양국은 경기 회복에 관하여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포용적 녹색사회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통해서 경제를 되살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이 디지털 뉴딜정책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인공지능(AI)은 프랑스가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최근 프랑스에 설립된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R&D 센터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친환경 분야인 수소 산업에 70억 유로의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중 20억 유로는 ‘경제회복계획’을 통해 우선 투입되고, 나머지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에어리퀴드(Air Liquide)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과 프랑스의 기업들은 현재 수소 산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수소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프랑스는 최첨단 의료 산업으로 인정받는 국가이며,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K-Bio’와 ‘디지털 혁신’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 관한 양국의 동반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필립 르포르 대사: 양국의 보건의료 협력은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프랑스와 한국은 보건의료가 글로벌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프 파트너십을 잘 활용한다면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에 설립된 파스퇴르연구소는 양국 사이의 협력 증진뿐만 아니라 공통의 비전을 이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해외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세네갈, 멕시코,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한국 치료제 공동 임상은 프랑스의 유럽외무부 및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정 지원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2021년에는 의료분야 공동 펀드를 조성하여 2019년 AI를 주제로 진행된 공동연구가 의료분야에서도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유대종 대사: 우선 지구적 당면과제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협력입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공평하게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양국은 지난 3월 정상간 통화 이후 양국간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백신에 대한 접근성 확보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미 양국 파스퇴르 연구소간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협력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백신·치료제 접종이 시작되고 양국이 결과와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안전하고 신속한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협력도 필요합니다.
민간분야에서 기업간 의료 관련 투자와 협력도 기대됩니다. 지난 해 한국 최대 바이오 의약품 기업인 셀트리온은 프랑스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금년 12월 방한한 Franck Riester 통상장관이 방문한 기업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그룹인 SK가 프랑스의 바이오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Yposkesi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의 바이오산업 진출이 확대되면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프랑스 기업들과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의 시기에는 타 국가와의 경제적 교류를 늦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시장개방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수출에 대한 비관세 장벽은 어떠합니까?
필립 르포르 대사: 프랑스가 추진하는 ‘경제회복계획’의 경우, 자금의 출처와는 관계없이 국내에 설립된 모든 기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017년을 기점으로 경제 개혁을 단행한 결과, 프랑스는 2019년 유럽 최대의 외국인투자(FDI) 유치국으로 발돋움하였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경기 부양책으로 앞서 언급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프랑스의 TOTAL 그룹도 해상풍력 분야에서 한국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축산물 위생에 관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2021년 1분기에는 프랑스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금지가 해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류 인플루엔자가 검출되고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지역화 적용을 논의하여 무역 안정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유대종 대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자유로운 교역과 연대를 통해 서로 힘을 합쳐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또한‘누가 생산 하는가’보다‘어디에서 생산 되는가’가 한 국가의 안전, 위기관리, 복원력을 결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단기 경기부양 뿐만 아니라 중장기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라도 교역을 확대하고 자국 또는 인근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의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한국은 일관되게 교역·투자 장벽 완화를 주장해 왔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20년 11월 한국은 한중일, 아세안 14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해 공산품·농산물·서비스·투자 시장을 개방하였습니다. 2011년 발효된 한-EU FTA 이행 관련, EU가 한국의 세 번째 교역 상대이자 첫 번째 투자 파트너가 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분야별 이행위원회와 작업반을 통해 시장개방 확대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은 EU가 디지털 교역 활성화를 위해 한국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을 조속히 내리고,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예정대로 2021년 6월에 종료하여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코로나19를 비롯해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여러 사건은 세계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동반관계는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합니까?
유대종 대사: 한국과 프랑스 간에는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다자주의라는 공통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고 있어서 협력의 여지가 다대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코로나 극복과 기후위기 대응 등 세계적 현안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다자주의 강화 관련 한국은 프랑스가 제안한 다자주의 연대, 정보와 민주주의 이니셔티브, 파리콜 등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양국 정상의 지난 3월 통화 이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보건 협력이 강화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주선으로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와 세네갈 파스퇴르연구소가 치료제 임상 협력을 진행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양국 정상은 12월에도 유선 정상회담을 통해서,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국가저탄소전략(Stratégie Nationale Bas-Carbone)에서 강조하는 2050년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그린 뉴딜 정책과 일치하므로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큽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 신행정부와 적극 협력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 정세 안정에 대한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필립 르포르 대사: 코로나 팬데믹은 기후, 기술, 경제, 정치 분야에서 일어나는 전 세계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낱낱이 드러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세계화의 개념뿐만 아니라, 공동의 대처방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법치국가, 민주주의, 인권을 비롯한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며, 법과 협력에 기반한 국제체제를 지지하고,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의 혁신성과 국가기관의 정책적 의지를 결합시킨다면, 양국은 발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현재 마주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와 한국은 이미 ACT-A 이니셔티브에 동참하여 최빈국의 코로나 19 백신 및 치료제 접근성을 보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과 한국의 강력한 기후 정책은 전 세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아주 환영할 만한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