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아페르 108호] 새로운 소비 습관, 변화하는 위기 관리
기업 실무진은 현재 몇 달 동안 코로나19와 전투를 벌 이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계획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과거 2003년 사스 및 2012년 메르스 사태를 미루어 봤 을 때, 우리는 마치 인간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해 왔다. 이제 각국은 이러한 착각 속에서 벗어나 코로나19위기를 대비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과 서구권의 방역 체계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특히, 서구권의 방역 체계는 한국보다 상대적 으로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점 다양해지는 위기 상황
코로나19로 국내외 기업은 업무와 비즈니스 활동을 유지하는 것 외에 도 새로운 노동 시장과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어 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비즈니스 활동은 거의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코로나19를 넘어 비즈 니스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업무 조직에 관해 점검해야 한다.
이번 바이러스로 드러난 취약점은 바로 ‘공급망’이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공급망의 대부분이 닫혔고, 처음 겪는 사태로 업무 조직에 관한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대한 항공, 이마트, 롯데와 같은 관광, 운송, 유통 및 제조 산업 부문의 기업 들은 이번 비즈니스에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전례 없는 위기와 위험. 이번 바이러스로 ‘비대면’이 중시되고,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기업은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공격에 당황할 수밖 에 없었다. 예를 들어 12월에는 이용자가 1,000만 명이었다가 4월에는 사용자가 3억 명 이상으로 급증한 화상 회의 응용 프로그램 줌(Zoom) 은 수많은 피싱 및 스팸의 피해를 입었다. 그 이후로 ‘ZoomBombing’ 이라는 해시 태그가 수백만 번 사용되었다. 이에 사용자들은 어떤 플 랫폼을 선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안전한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19는 기업의 위기 관리 대응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며, 직원들의 불안을 유발합니다.” 회계감사 기업PwC 코리아의 프 랑스어권 책임자 폴 손의 설명이다. “기업은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19’에서 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리 미래를 예 상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제 리더는 매일 바뀌는 시나리오에 대해 생 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른 슬로건이 ‘민첩성, 예 측, 연대’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폴 손 회계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은 세계의 다른 경제 강국들에 비해 탄탄한 대응 전략이 마련되어 있 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소비 문제
새로운 시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사전에 올바른 사업 전략을 세워 이익을 얻은 회사가 성공한다. 4월에 중소벤처기업부가 492개의 한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그들 중 65% 이상 이 이번 위기의 상황은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냈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현재 한국에서 온라인 상거래가 유통에서 4분의 1이상을 차지합니다. 반대로 백화점과 면세점은 2월에 각각 21.3%와 34.4%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폴 손 책임자의 설명이다. 농 식품, 가전 제품, 전자 제품, 레저, 의약품의 판 매는 증가한 반면, 기성복, 화장품 및 자동차 까지도 코로나19의 악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악영향을 받는 분야라고 해 도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회복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 협회에 따 르면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2019년 1/4분 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이 7.3%였으나 오히려 2020년 1/4분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이 8.4% 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유럽의 자동차 기업과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 유율은 각각 31.5%와 11.4%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경우는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가 3월 9일부터 15일까지 긴급사 태를 발표했을 때는 소비가 늘었다가 갑자기 소비 감소가 일어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닐 슨은 식품 판매량이 27억 유로를 넘었으며 평 균 주당 수치는 약 20억 달러라고 보고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프랑스 통계청(INSEE)는 가계소비의 경우, 3월에 17.9%나 하락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40년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2월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나타난 이 같은 수치를 통 해 우리의 소비 습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인구 통계 및 혁신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위기 는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는 10년 이상 지 속되어 온 현상을 가속화한 것이다. 즉, 새로 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지속 가능한 로컬 소비 현상의 가속화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유기농 제품은 위기가 시작된 이래 두 자리 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시스템 D와 메이 커 운동(오픈소스 제조업 운동)같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움직임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적응 동력
현금 흐름이 활발한 기업인 삼성과 LG의 경 우, 인수 합병을 통해 비즈니스 판로를 다각 화했고, 그 결과 1, 2분기에는 높은 영업 이익 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자재에서 완제품 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재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상당한 투자 회수가 이루어지고 협력 업체들을 다양 화하여 비즈니스 판로를 다각화할 것으로 보 인다. “이러한 부분에서 프랑스와 한국은 협 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초강대국과 거리를 두고 프랑스와 같은 중간 규모의 강대국들과 가까워질수록 이익 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비 드 피에르 잘리콩 한불상공회의소 회장의 설 명이다.
다양화는 전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자금 조 달 및 투자, 인적 자원 및 마케팅 등 모든 분 야의 노력을 동원해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온 라인으로 전환하기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 히 마케팅 전략이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예 를 들어 단기적으로는 한국에서 빈번하게 진 행하는 캐시백이나 세일이 있을 것이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플루언서 활용 마케 팅이 있습니다.” 폴 손 책임자의 설명이다. 이 처럼 이번 위기는 소비구조의 변화와 경영난 이라는 어려움에 민첩하게 대응하게 하며 기 업에 근본적인 재정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즈니스는 21세기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 대에 진입하면서 예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 건에 마주할 것이다. 아직까지 기세 등등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통계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이론 속의 ‘검은 백조’로 보인다. 니 콜라스 탈레브 이론은 다양한 위기에 대한 시 나리오는 동시에 발생한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일련의 주요 사건이 보여주는 불균형한 역 할과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보지 못하는 인지적 편견을 설명한다. 2001 년 세계 무역 센터가 공격을 당한 9.11 테러, 2008 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18 년 브렉시트가 가장 많 이 언급된 사례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모 든 비즈니스 전략을 예측하고 예상할 수 있 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통적인 위험 관리 방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자발성을 더욱 중시하며 유연성, 적응, 자율 성을 강화하는 ‘탄력성’ 문화로 시스템을 변 화시키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작가 프레데 릭 랄루의 말을 인용하면, ‘해방된 기업’ 문화 인 셈이다. 다시 말해, 성공 자체보다는 성공 을 위한 조건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이 보여준 탄력성이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