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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도시 공간의 재정립
©DPJ&Partners, Architecture <81 Logements en étude à l'est de Séoul>
글 :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디피제이파트너즈 건축사무소(DPJ & Partners Architecture) 대표
"이번 코로나19의 위기는 실내와 실외 사이의 공간 필요성을 재평가합니다. "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도시와 보건 위생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상기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 진화의 새로운 각 단계마다 문제와 해결방법이 연달아 생성되면서, 그 순환 반복 과정을 통해 전염병과의 싸움이 역사 전반에 걸쳐 각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유럽의 예를 들면, 로마시대부터, 공간과 환경은 도시의 ‘정화요법’으로 사용될 때가 많았다. 온수를 공급하고 시민의 보건 위생을 위해 수로, 분수대, 저수지가 건설되었다.
중세 시대에는 많은 전염병이 골목의 수렁들을 통해 퍼져갔다. 결국, 12세기 프랑스의 왕 필립 오귀스트가 이러한 골목길을 깨끗이 하고자 길에 포장을 깔도록 지시하게 된다. 13세기, 의학 지식의 부흥을 계기로 환자들은 수도원을 떠나 성당 근처 마을의 병원이자 순례지로 잘 알려진 ‘호텔 디유(Hotel Dieux)’로 합류한다.
14세기에는 도시 외곽에서 폐기물 처리를 위한 ‘쓰레기 매립장’ 건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위생학’이 발전하며, 전염병이 퇴치되고 악취가 제거되는 등 의료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어 당시 파리 지사였던 오스망 남작의 도시계획, 주요 대로 건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리의 중앙 공원 조성과 함께 프랑스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악취가 심한 산업폐수로 골머리를 앓았던 파리는 이제 배수구와 하수구를 통해 폐수를 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도시망의 발명이다.
건축의 근대화를 이끈 르 코르뷔지에도 큰 창문과 발코니를 통해 공기와 빛이 통과되는 방식을 권장하며 이 같은 새로운 도시 발전을 이어갔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벗어나기 위해 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필로티(Piloti) 구조를 제창했다. 원래 거대 주택 단지는 모든 집에 욕실을 제공해 많은 가정이나 빈민촌의 비위생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대응이었다.
1970년대 말에는 의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건 위생의 중요성이 점점 낮아지게 된다. 또한 이 시기는, 구역 설정을 통해 도시가 지나치게 최적화 되어 격변이 발생할 경우에 필요한 유연성을 잃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세계화 시대를 맞아 각국 간의 거대 도시, 세계 도시를 건설하는 경쟁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속적인 균형은 무시되었고 철학가이자 도시 건축가인 폴 비릴리오가 여러 번 경고했던 미래의 재앙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었고, 대도시에서의 사망자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코로나19로 발생한 전 세계적 위기로 도시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도시의 발전에 한 획을 그을지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몇 가지 도시 발전 정책은 계속 진행되는 추세이다. 보행자 전용 도로 확대, 보도의 폭 증가, 자전거 전용 도로의 수 증가, 주택 사이의 거리 증가, 녹지의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근무가 확대되면 자가용 이용이 줄어들 것이다. 보행자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 자동차는 늘 속도를 줄일 것이며 일방통행이 일반화될 것이다. 대도시의 주민들은 점차 작은 도시로 떠날 것이고, 많은 기업들은 도시 외곽에 본사를 설립 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시골집’에 대해, 한국에서는 ‘세컨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대형 상점이나 쇼핑 센터는 다시 개조되거나, 적어도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 건물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 기술의 확산, 출입 시 체온 측정, 자동 실내 살균, 실내 공기 상태 측정 등이다. 아울러, 전염병이 발생하면 건물들은 용도에 맞게 빠르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노숙자들을 수용하는 공공기관의 다목적실을 비롯해 이번 코로나19 격리 병동으로 전환된 컨벤션 센터가 대표적이다. 병원의 위치와 밀집된 구조 자체도 재고 되어야 한다. 도시의 식량 자급은 대도시 내의 수직 재배와 같은 창의력의 발현을 통해 더욱 잘 보장 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은 안뜰, 테라스, 베란다, 보호 지붕, 로지아(한쪽에 벽이 없는 복도 모양의 방)와 같이 실내와 실외 사이의 공간 필요성을 재평가해 소중한 힐링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될 것이다. 현재 개발중인 하남 신도시에 위치한 새로운 주택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결책을 과연 시도할 수 있을까? 인구밀도, 도시 선호도, 지방 분권화 정도가 다른 유럽의 방식을 아시아에 모두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한 바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증가하면 도시 공간 설계에서 물리적 거리의 원칙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사회적 유대 조건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