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계획 : 경쟁력이 결정적 요인
글 - 이준 필립, 한불상공회의소 명예 회장 •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차 예방, 치료, 2차 예방으로 구성된 한국의 코로나 19 대응 조치는 이제 유명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1차 예방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과 대규모 집단 검사를 시작으로 예방 수칙 마련했다.
치료는 바이러스 보균자를 식별하고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와 밀착 접촉자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이들을 진단하고, 검역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차 예방을 위해서는 코로나 의심 환자들이 다녀간 곳으로 보이는 모든 곳을 소독하거나 폐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의 실현은 한국의 경쟁력과 관련된 여러 요인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간혹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쟁력을 추구해 온 한국이 이번 코로나19 대응 계획에서 빛을 발했다.
'계획'
지난 사스·메르스 바이러스로 한국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며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같은 쓰라린 경험으로 한국은 새로운 공중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적절한 물류 시스템, 조직, 행정 규칙을 마련했다. 실제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은 유럽개인정보 보호법(GDPR)보다 엄격하지 않다. 이로 인해 역학조사를 허용하는 법안은 국민의 신속한 요청에 따라 메르스 위기 이후 국회에서 채택되었으며, 신속한 실무작업이 실시되었다. 또한,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현장에서 뛰어난 민첩성을 발휘한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대처 능력에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전 다양한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그러나 한국은 역학조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전에 전염병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치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 계획을 시행할 때 완벽한 모델링을 구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경 폐쇄, 선택적 검사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하다가 보다 빠르게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결정했고, 마침내 적절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신속한 반응과 조치'
한국에서 살고 일할 때는 신속하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개발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보다 3배나 시간이 단축된다. 진단키트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통과 국민 동참'
언론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특히 한국의 질병관리본부(KCDC)는 구체적이고 쉬운 언어를 사용했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하는 계획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본격적으로 코로나19와 맞서기 전에도 한국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한 위험성을 알고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예방에 동참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국은 하나의 팀처럼 뭉치는 것이 특징이다.
'고정 틀에서 벗어나는 능력'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강한 관료주의, 규제와 엄격한 행정 절차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았고,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절한 예시로는 정부가 마스크 공급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위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한국 정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며칠 동안 마스크 생산 및 수입이 힘들어지자 많은 한국인들이 불만과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코로나 위기 초반에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수십만 명이 서명운동을 벌였던 상황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수그러들자 정부는 생년월일의 마지막 숫자에 해당하는 날에 1인당 마스크 두 장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침을 세웠으며, 마스크를 약국에 공급한다는 현명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지만 좀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과 전개 능력은 한국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순발력과 실행 속도라는 근본적인 경쟁력의 기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상황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프랑스의 시선은 내부적으로 엇갈렸다. 88’ 서울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보도가 이처럼 열성적이지는 않았다. 프랑스 언론은 한국의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이 집단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평가하는 프랑스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 한국이 수천명의 정보원을 고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과장된 논평도 있었다.
비슷하게 몇 년 전에 프랑스 정부의 어느 의원이 한국 자동차 제조기업이 ‘허용할 수 없는 투기’를 했다고 비난했으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떤 가치와 시스템이 더 나은지 서열을 매기기보다는 벤치마킹을 활발히 하는 편이 낫다. 벤치마킹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방식이나 독창적인 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세상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이같은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 능력을 키우고 열린 마음으로 자기비판을 하고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상황 개선에 필요한 모범 사례를 찾으며 광범위한 벤치마킹을 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