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 김슬아 마켓컬리 창업자 겸 대표이사
스타트업 마켓컬리는 한국 이커머스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쇼핑 업계 최강자 쿠팡에 이어 한국 대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마켓컬리는 한국 이커머스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쇼핑 업계 최강자 쿠팡에 이어 한국 대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30대 김슬아 대표가 창립한 마켓컬리는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 2020년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창립 5년 만에 주식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의 재벌 기업 문화 속 새로운 기업가 세대의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꼬레 아페르가 서울 중심부 강남에 있는 마켓컬리 본사에서 젊은 기업가 김슬아 대표를 만났다.
2015년에 마켓컬리를 설립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내셨는데요. 대표님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몇 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른한 살에 마켓컬리를 창업했습니다. 저는 1983년에 울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해 미국의 웰즐리 대학교에 진학했죠. 제 세대는 부모님 세대보다 훨씬 더 글로벌하잖아요. 저는 금융계에 몸담고 있었고 IT나 유통 업계에서의 경험은 전무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테마섹 홀딩스, 홍콩에서는 맥킨지와 골드만 삭스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어요.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십만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국에 돌아오니 마트에서 식료품 장을 보는 게 너무 불편해서 놀랐습니다. 식품업계를 꽉 잡고 있던 기존 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 경험보다는 입점 위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식품업체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 경쟁업체들과는 어떻게 차별화했나요?
마켓컬리는 여러모로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했죠. 제품들이 온라인상에서 더욱 돋보이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사진 촬영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제품의 원산지를 비롯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상품의 다양성에도 특히 신경을 썼고, 외국에서 들여온 다양한 신선식품을 선보였습니다. 저희 상품은 소비자들, 특히 젊은 세대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했죠.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한국 젊은 세대의 소비 행태는 이전 세대와는 다릅니다. 경제적 배경 자체가 변화하기도 했죠. 저희 부모님은 먹거리에 많은 돈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끼셨죠. 오늘날 대부분의 30대는 집을 살 여력이 없으니 소확행을 위해 돈을 씁니다. 특히 식탁 위의 즐거움을 위해 쓰죠. 고퀄리티 식품 수요 증가가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질 겁니다.
코로나19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디지털과 이커머스로의 전환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동제한 조치가 시행된 적이 없고, 이커머스가 이미 잘 정착되어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마켓컬리 주문량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습니다. 오륙십 대도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어요.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겁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친구를 위해 요리하는 기쁨을 재발견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소비가 집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커머스가 한국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배경은 무엇일까요?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물류망을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인은 늘 새로움을 갈망하고,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는 얼리 어답터입니다. 마켓컬리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서 시작한 새벽 배송 서비스를 현재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연 100%씩 성장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 가치에 충실하려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죠. 공급망 관리와 납품되는 제품의 품질을 유지해 나가는 게 핵심입니다. 마켓컬리에는 한국의 우수한 농산물 납품업체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딸기, 달걀, 우유 등은 현재 외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그 품질이 검증되었죠. 관건은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해 전문음식점에서 사용할 만한 수준의 식자재를 고객의 집까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한 밀키트 제품도 더욱 각광받게 될 것입니다.
대표님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가입니다. 재벌 기업 중심의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것이 어렵진 않나요?
기업가에게 도전은 삶의 일부입니다. 과거 한국 사회는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 세대와 더불어 사회초년생들은 기업가 정신이 매우 뛰어나고,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오늘날에도 사회와 부모들이 종종 기업가 정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라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인식은 변하고 있고 계속 개선될 겁니다.
마켓컬리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5년 내에 식품 외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이커머스의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로 거듭날 것입니다. 다른 산업에 IT솔루션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데이터 관리는 오늘날 모든 기업의 핵심 가치가 되었고 마켓컬리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루 최대 10억 개의 정보를 처리하고 명확한 자료로 정리해서 경영진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죠. 이것이 마켓컬리의 강점입니다.
식품의 경우, 일부 상품은 품질 보장을 위해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홍콩이나 싱가포르, 태국 등 한국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곧 미국 증시 상장도 앞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