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아페르 114] 붓 너머의 세계, 미구엘 슈발리에가 재창조한 인공지능 예술

[Translate to Coréen:]

꼬레아페르가 딥테크 시대 예술 창작의 무한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 중심에는 몰입형 설치미술과 혁신적인 디지털 아트로 잘 알려진 멕시코 출생 프랑스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가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공개한 <메타-네이처 AI>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뷰티≫ 등의 전시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환상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각적 세계와의 상호 작용으로 관람객을 초청한다. 이번 단독 인터뷰를 통해 미구엘 슈발리에가 기존 예술과 인공지능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걸어온 여정과 비전을 공유한다.

 

1978년부터 최신 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계십니다. 당시 어떤 이유로 기술을 활용하시게 되었는지, 또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재는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형 예술에서 새로운 형태와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건 바로 디지털 활용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컴퓨팅 기기를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구소, 방송사에서나 볼 수 있었지요. 미술학교에는 없었습니다. 저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마이크로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저도 성능이 괜찮은 PC를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초창기 가상 현실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는 적정한 가격대의 그래픽 카드가 나오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수천 개의 폴리곤을 처리할 수 있어 주로 비디오 게임에 사용되었지요. 저는 전문 프로그래머들의 도움을 받아 첫 제너러티브 및 인터랙티브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어요. 제 작업은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저의 기존 작품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지요.

 

<메타-네이처 AI>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는지, 또 제작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1990년대 말에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환인 <메타-네이처 AI>는 실제 식물 세계를 관찰한 뒤 디지털 공간에 가상의 식물 세계를 구현한 작품입니다. 이를 위해 가상 씨앗으로 구성된 디지털 식물 표본을 제작해 가상 정원을 생성했습니다.

<메타-네이처 AI>는 현실 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꽃, 잎, 나무로 구성된 디지털 식물 표본을 기반으로 합니다.

컴퓨터공학자인 클로드 미슐리와 함께 특별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임의로 진화하는 가상 정원을 2D 및 3D로 생성했습니다. 각 식물은 가상의 생명을 부여받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뒤 소멸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상 정원은 끝없이 되살아납니다.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꽃과 잎의 이미지 및 나무껍질의 다양한 질감을 생성했고, 이를 처음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눈길을 사로잡는 조형미가 투명하게 드러나며, 무지갯빛과 진줏빛이 감도는 가상의 꽃 이미지가 매우 다양하게 생성 되었습니다. 이 이미지들 덕분에 꽃과 잎 데이터베이스가 더욱 풍부해졌고, 새로우면도 매우 독특한 가상 자연을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라이트 DDP 가을≫의 개막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메타-네이처 AI>의 영감을 한국에서 얻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한국과 개인적으로 어떤 인연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창작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저는 장소 특정적 작품, 즉 전시 장소를 고려한 작품을 만듭니다. 디지털 아트를 통해서 해당 장소의 역사와 건축물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것이지요. 가상 정원의 색감과 꽃을 매번 달리 선택하기 때문에 각기 다르고 독창적입니다. 전용 소프트웨어 덕분에 작품이 전시되는 도시나 국가에 따라 개성 있는 정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듯 <메타-네이처 AI>에서는 한국인에게 큰 의미가 있고 특히 사랑받는 무궁화나 벚꽃 등 다양한 꽃을 조화롭게 표현했습니다. 작품에 사용할 식물을 선택할 때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의 특성을 고려했습니다.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여 식물과 나무를 만들어야 했지요. 그 결과 디지털로 창조한 식물과 매우 유기적이고 공학적인 건축물 간의 교감이 발생합니다.

 

"인공지능은 저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구체적 목표를 실현해 나갈 것인지 알고 있다면 인공지능은 매우 흥미로운 조력자입니다."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디지털 뷰티≫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존 전시와 비교할 때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제가 지금까지 개최한 전시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3,000m2 크기의 공간에 12점의 설치 작품을 아라아트센터의 고유한 건축 공간에 맞추어 선보이는데, 그중 8점은 가상 현실을 활용한 몰입형 아트, 제너러티브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입니다. 파트릭 트레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어트랙터 댄스>는 처음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다섯 개의 팔을 가진 놀라운 드로잉 로봇으로 매일 관람객이 보는 앞에서 저의 작품 <스트레인지 어트랙터>에 등장하는 형태를 그려 냅니다.

또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픽셀, 네트워크, 플로우, 계산 기하학등 제가 사용하는 시각적 언어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관람객은전시를 체험하며 현실 세계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무한한 디지털 세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작품 속에 실현된 상호작용성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 그 덕분에 작품이 어떤 식으로 풍요로워지는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기술 덕분에 관람객은 능동적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중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 인터랙티브 아트를 창조하려고 노력합니다. 센서 덕분에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관람객이 작품 속에서 직접 변화를 만들어내지요. 관람객이 이동하면서 작품의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몰입형 아트와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아트도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처음 경험하는 신체적 감각을 유발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불편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요. 대중은 저의 작품을 대체로 잘 받아들입니다. 최면 효과 혹은 명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관람객에게 놀라움이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진솔한 감정을 자아내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을 예술적 자유를 확대해 주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하셨는데요, 창작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자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은 저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구체적 목표를 실현해 나갈 것인지 알고 있다면 인공지능은 매우 흥미로운 조력자입니다. 작가가 확실한 프로세스와 상상력을 가지고 인공지능을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두려울게 없지요. 자기만의 스타일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장 불리하겠지요. 이미지 수정만을 맡게 되는 등 광고 업계에서 도태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첨단 기술 시대의 디지털 아트와 인터랙티브 아트 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기술과 창의성 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키는 데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것 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인공지능 혁명 시대의 작가들은 예술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봅니 다. 예술에서 표현 형식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또한 제가 자주 언 급하듯 지금의 기술은 동시대에 호응하는 것이지요. 향후 몇 년간 예술 작품은 더욱더 상호작용성을 띠고, 변화할 것 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작품과 전시는 더 이상 고정되지 않고 지 속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다른 모든 분야처럼 예술도 대중이 동시대 기술과 더 가까워지도록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리라 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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