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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의 반응
Shinhan Bank 백석현(Paik, Seokhyun) 이코노미스트
한불상공회의소 패트론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신한 은행은 국내 최고의 은행으로 현재 국내 약 900개 지점과 해외 20개국 162개 지역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어서 더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폭등 그리고 안정
코로나19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1월 21일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시아 국가들의 공급 체인 차질 이슈가 부각되어 유독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통화가치도 약세(Currency Depreciation)를 보였다.
그러나, 2월 20일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도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의 우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 가격의 가파른 하락이 시작되었고, 추가 증거금 납부요구(Margin call) 등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자산 투매로 이어졌다. 경제 활동이 봉쇄되어 돈이 돌지 못하고 투자금 인출이 쇄도하여 현금 확보 수요가 극에 달하다 보니 곧 시장참가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혼란의 길목에 3월 9일 원유 가격의 급락 충격이 가세했다. 3월 9일 OPEC의 맹주인 사우디 주도로 산유국들이 수요 충격에 대비해 산유량의 추가 감축을 시도했으나, 러시아의 거부로 결렬되면서 사우디가 오히려 보복성 증산을 결정하자 원유 가격이 수직으로 낙하했다. 3월 9일부터 20일까지 기간에 달러화 외 안전한 자산은 없었다.
당장의 달러화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었던 해당 기간 동안, 전통적 안전자산인 미국채는 물론 금, 엔화의 가격도 하락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고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했던 기업들에 제공한 대출 채권이 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나 정크 본드(Junk Bond) 형태로 시장의 뇌관이 되어 있었기에 이와 관련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극심했던 시장의 공포는 연준이 전방위 광폭 행보로 달러화 유동성을 쏟아 내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다. 3월 중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긴급 인하(3/3), 제로금리 도입 및 양적완화 재개(3/15), 기업어음(CP) 매입(3/17)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급기야 23일에는 양적완화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회사채 매입 등 신용 지원 조치까지 더하며 보다 깊고 넓게 움직여야 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했던 긴급대출제도(PDCP, CPFF, MMLF, TALF)를 대부분 재도입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직접 지원을 꺼렸던 기업 부문에 대한 대출제도(PMCCF, SMCCF, Main Street Lending Program) 등 보다 과감한 정책을 도입했다. 결국 3월 23일을 기점으로 금융시장이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 주요국의 주가지수 추이 (자료: Datastream from Refinitiv) >
코로나19 이후의 금융시장 예측
한 세기 이전의 스페인 독감 이래 최악의 유행병은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에서는 패닉에 따른 급락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현금이 넉넉한 기업들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었고 충격 이후 반등 과정에서도 IT 기업들이 앞서 나간 반면, 여행 및 항공업계는 각국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생존 가능성을 의심받았다. 코로나19의 엄습에 미래 세계가 성큼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차별화된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암울한 경제 전망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막대한 유동성 확대가 사상 최저금리를 낳았다. 바닥을 모르고 하락한 금리가 당분간 빠르게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주요국이 경제 봉쇄 해제 및 경제 재개를 논의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에 코로나19의 재확산 리스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귀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화가 동력을 잃으면서 저임금 등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비용 상승 요인이 되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투입과 정부의 재정 확대로 좀비 기업들이 연명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정체된다면 향후 경기 회복기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약할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부정적 경제 환경에서 가치가 상승하는 달러화가 유동성 경색 현상으로 급등한 뒤, 연준의 정책에 힘입어 유동성 경색이 완화되자 기존 상승폭을 되돌렸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인덱스는 2017년 초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의 원화 대비로는 달러화가 2009년 7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은 뒤 상승폭을 일부 되돌렸다. 한국과 같이 글로벌 공급 체인에 깊숙이 편입되고 해외 수요에 민감한 국가들은 통화가치의 하락(Currency Depreciation)이 불가피했다. 달러화의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것 자체로는 달러화가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글로벌 경제 여건의 개선 없이는 달러화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가 반등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원유 시장은 만기가 가까운 단기물의 가격 하락 압박이 극심했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물은 가격 하락 폭이 작았다. 특히, 공장 폐쇄 및 여행 제한으로 원유 수요가 증발하면서 원유 재고가 저장 시설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게 되자 WTI 근원물 가격이 4월 20일에는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자, 원유를 팔기 위해서는 오히려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미국이 개입하며 산유국들이 4월 12일 감산에 합의했지만, 수요 절벽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향후 경제 봉쇄가 해제되고 기업들의 산업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원유시장의 큰 손이었던 항공 산업의 수요 감소는 원유 가격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의 재정 확대 및 통화정책 완화(Easing)가 급진적이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급변도 불가피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19에 전세계 주가 하락하며 달러화는 상승 (자료 : Datastream from Refinit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