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꼬레 아페르 111호] 『북한으로 떠나는 현지 조사』 , 폐쇄 국가에서의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

『북한으로 떠나는 현지 조사』 ,  폐쇄 국가에서의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



북한에서 연구 활동은 불가능하다? 발레리 줄레조와 벤자민 주아노는 프랑스 아틀리에데까이에(L’Atelier des Cahiers)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북한으로 떠나는 현지 조사(Faire du Terrain en Corée du Nord)』에서 이 까다로운 문제를 파고든다. 한반도에 대한 통상적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평양을 (재)발견하고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현지 조사의 실상을 파헤쳐 본 두 저자와 함께 주목해야 할 책 이야기를 나눠 보자.

 

두 분은 어떤 연구를 해오셨는지, 남북한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그 과정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발레리 줄레조(이하 줄레조) – 처음 시작은 그랑제콜 입시 준비반 시절이었습니다. 아시아를 향한 열정을 심어 주신 저의 훌륭한 선생님의 영향도 있었고, 눈부신 경제 성장 덕에 ‘아시아의 용’이라 불리게 된 국가들에 관한 입학시험 문제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아시아권에서의 학업을 꿈꿔 왔던 저의 오랜 열망도 합쳐졌죠. 결국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했고, 서울의 주거 형태 및 아파트 단지의 변화를 주제로 지리학 박사 논문을 쓰게 되었 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북 관계와 도시적 측면으로 본 북한을 연구했습니다.

벤자민 주아노(이하 주아노) – 저는 파리에서 철학이나 고전문학 박사 과정을 밟겠다고 생각하던 중 해외 대체 복무를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잘 알려진 나라도 아니었고, 극도로 산업화된 매력 없는 나라라고 들어왔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저는 곧바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남북한의 영화와 북한의 공공 공간 활용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왜 2013년의 현지 조사를 담고 싶으셨나요? 그리고 책이 글, 이미지, 이메일 등으로 구성된 패치워크 형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왜 이런 형식을 선택하셨는지요?

줄레조 – 처음에는 책을 집필할 생각이 아니라, 북한 기관들과 학 문적 협력을 맺어 공동 현지 조사에 나설 계획으로 북한에 갔습니다. 북한에서 돌아온 뒤 텍스트들을 재구성해 보니 내용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책으로 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형식에 대해 말해 보자면, 오늘날 사회과학에서는 연구의 밑그림이 되는 계획안이나 이메일 등을 굳이 공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생각과 현장 경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연구자로서의 작업 방식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아노 – 저희 책은 어떤 의미에서 연구의 이면을 드러내 주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이 완성되어 갈수록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자층 또한 변화했습니다. 연구생부터 현지 조사에 관심이 있는 지리학자, 그리고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다양성에서 찾은 결론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북한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것이었죠.

 

북한에서의 현지 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주아노 – 현장에 있을 때는 늘 해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있는지를 고려해 소통 상황에 계속해서 적응해야 합니다. 그게 현지 조사의 큰 어려움이고, 북한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상대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는 바로 그 사람이 연구 대상에 그치지 않고 연구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지식을 함께 구축해 가는 것입니다.

줄레조 – 그런 이유에서 저는 현지 조사를 계획할 때 늘 같은 사람들과 만나길 희망합니다. 의사소통은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관계의 지속성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생일이면 간혹 북한에서 축하 전화를 받기도 한답니다.

 

남북한 사람들은 두 분이 상대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어떻게 반응하나요?

주아노 – 처음 북한에 갔을 때는 남쪽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말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더 이상 숨기지 않습니다. 취재 중에나 식사 자리에서 이런저런 문화 들이 남쪽과는 다르다는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신뢰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질문을 해오기도 합니다. 또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의 생각보다 북한 사람들이 남쪽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줄레조 – 한국 사람들도 저희가 북한에서 일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많은 관심을 표현합니다. 저는 은퇴하기 전에 남북한 사람들과 한데 모여 학술적인 토론을 하는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두 분은 지금까지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셨는데요, 지난 몇 년간 발견하신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줄레조 – 저는 북한 당국이 신시가지로 소개한 평양의 도시 재개발을 꼽고 싶습니다. 실제로 매우 대대적인 재개발로,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오히려 조용히 이루어졌습니다.

주아노 – 이러한 도시개발은 다른 영역에서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념적 변화가 반영된 것이죠. 물론 이외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청년들의 옷 차림, 스포츠, 과거에 비해 훨씬 세계화되고 다양해진 상품의 등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평양에서 현지 조사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책에서 이야기하기도 하셨지요?

줄레조 – 북한은 물론 한국에서도 현지 조사는 늘 어렵습니다. 예상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기에 크게 낙심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 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 한 빨리 돌아가 이 책에 실린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주아노 – 저는 이 책을 끝내면서 평양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사실 제가 그 글을 쓸 당시 몇 주 뒤에는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연구자 또한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제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책을 마치던 때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으며 북한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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