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ités
한국 소비시장을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
전미영 교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공저하고 있으며, 한·중·일 소비트렌드 기반 기업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밀레니얼’(Millenials)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밀레니얼이란 보통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데, 인구 규모를 계산해보면 세계 인구의 4분의1 수준인 18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밀레니얼의 숫자가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부머를 앞지르는 시기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밀레니얼, 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소비트렌드에 대해 살펴본다.
멀티 페르소나 (Multi-persona)
요즘의 20-30대는 ‘모드전환’에 능하다. 출근하면 직장인이다가 퇴근하면 바로 인싸로 모드전환한다. 온순하던 사람이 정치얘기만 나오면 특정 정당의 열렬한 투사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주부가 BTS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눈을 반짝거리는 ‘아미’로 바뀐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자아를 ‘멀티 페르소나’라고 부를 수 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이라는 의미다.
현대인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굉장히 많은 가면을 갖고 살아간다. 가령,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아이템도 있다. 요즘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귀에 꼽고 있는 에어팟(무선 이어폰)은 ‘끼고 있을 때는 일반인, 뺐을 때는 직장인’으로 모드 전환을 알려주는 일종의 가면이다. 현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일관된 구매자가 아니라, 상황따라 맥락따라 취향과 선호를 바꾸는 다면적인 존재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고객의 니즈를 미리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할 것이다.
라스트핏 이코노미 (the Last Fit Economy)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 구매가 더 익숙한 밀레니얼에게, 최근 싼 가격, 다양한 제품 구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배송 편의’다. 빨리 배달되는지,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되는지, 배송사고는 없는지 등 주문한 제품과 만나기 직전의 경험이 때로는 여러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구매만족감에 더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밀레니얼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 구매여정의 마지막 접점을 차별화’하는 ‘라스트핏 경제’가 부상한다. 제품이 배송되어 고객에게 닿기 직전까지의 순간은 ‘라스타핏 딜리버리’,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장소까지 걷는 이동거리는 ‘라스트핏 모빌리티’, 광대역 전송 신호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TV 등의 기기와 연결되는 순간은 ‘라스트핏 테크놀로지’로 불린다.
라스트핏 경제 시대엔 배송최적화․시간최적화․경험최적화를 바탕으로 고객접점을 특화할 수 있는가에 성공여부가 달렸다. 생산자 중심의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 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이 곧 기회의 순간이 될 것이다.
스트리밍 라이프 (the Streaming Life)
벽장을 가득 메운 LP․CD․카세트 테이프가 취향의 척도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앱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스트리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음악․드라마․영화․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방식을 말한다.
주목할 점은 콘텐츠에서 시작된 스트리밍이 이제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자동차의 현대셀렉션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영상 구독 서비스처럼 월 72만원으로 쏘나타․투싼․벨로스터를 월 최대 3번 바꿔 탈 수 있는 구독 프로그램이다. 필요에 의한 렌탈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을 얻기 위한 렌탈인 셈이다. 구매하면 10년 이상 오래 사용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가구도 스트리밍 품목으로 빠르게 편입되는 추세다. 또한, 가구 구독 플랫폼인 ‘미스터공간’은 쇼파․침대․식탁 등의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주방·거실·서재 등 우리 집 공간에 적합한 가구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소비자의 삶에까지 관여하는 스트리밍 산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높은 매력도만큼이나 리스크도 크다. 상품과 서비스의 스트리밍 과정에서 고객의 ‘구매여정’ 전체를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다.